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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시간 01:59 [이슈 컷] 의사만 못살게 구는 악법일까…의료법 개정안 들여다보니

[이슈 컷] 의사만 못살게 구는 악법일까…의료법 개정안 들여다보니

송고시간2021-03-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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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박탈하는 조항을 모든 범죄로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지난달 19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같은 달 26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됐으나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 의결을 보류하고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한 겁니다.

이는 '법의 원래 목적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경우에도 면허가 제한됨으로써 과잉 처벌이 될 수 있다'는 대한의사협회 측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데요.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개정안의 수정안을 마련, 다음 전체 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입법 과정에서 최대집 의협 회장이 백신 접종 보이콧을 비롯한 총파업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의사들 사이에 큰 반발이 일었는데요.

개정안에 따르면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고 실형을 받으면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는 기간 만료 후 2년까지 면허 재교부가 금지됩니다.

선고유예 역시 그 기간이 끝나야 면허 재취득이 가능한데요.

다만 의료사고에 따른 처벌 가능성이 있는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개정안은 의사와 함께 대표적인 전문 직종으로 여겨지는 변호사 등과 위법행위에 대한 자격 정지 면에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제안됐습니다.

지난 2000년 의료법 개정에 따라 의사 면허 자격 제한이 '직무 관련 범죄'로 좁혀진 이후 성폭력 등 의사들의 강력범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실도 반영됐는데요.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한의사, 치과의사 포함)는 611명이었지만, 이를 사유로 자격 정지된 사례는 4명에 불과했고 처분 역시 자격정지 1개월에 그쳤습니다.

누리꾼들은 '큰 잘못을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폭행 전과가 있는 의사에게 어떻게 진료를 받겠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간호사 출신인 우지은 변호사는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높은 공적 책임과 윤리의식이 요구된다는 관점이 반영된 입법안"이라고 짚었는데요.

당초 의협 측은 통상적인 교통사고로도 면허가 박탈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지만, 운전자 중과실이 있어야 금고형 이상이 나온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난이 쏟아졌죠.

개정안에 따라 면허를 빼앗기더라도 한시적인 만큼 큰 타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보건복지부는 취소 사유가 소멸하고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판단하면 별도 심의 절차 없이 면허를 재교부하는데 승인율은 97%에 달합니다.

비판이 이어지자 의협 측은 살인, 강도, 강간 등 중대범죄에 대한 면허 결격은 반대하지 않겠다며 한 발짝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의사는 유독 자신들에게만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댄다며 거부감이 여전한데요.

'금고 이상의 형'은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조승국 의협 공보이사는 "개정법대로라면 병원 경영난으로 월급을 주지 못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도 의사 자격이 박탈된다"며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일들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한 산부인과 의사 역시 지금도 환자가 성추행 등 누명을 씌워 피해를 보는 동료들이 많은 만큼 법을 악용해 의사를 '패가망신'시키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개정안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의사 출신인 조진석 변호사는 "집시법 위반처럼 환자 보호와 무관한 범죄까지 적용대상으로 삼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에 위헌이라 볼 수 있다"며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 유형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의료인과 타 전문 직종은 업무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법 적용을 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을 어긴다는 견해도 있는데요.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법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엄격한 규제를 받는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를 법적으로 같은 취급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며 "보다 세밀하게 범죄를 한정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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