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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시간 01:23 [이래도 되나요] 이제 와 다 회수할 수도 없고…졸업앨범서 줄줄 새는 개인정보

[이래도 되나요] 이제 와 다 회수할 수도 없고…졸업앨범서 줄줄 새는 개인정보

송고시간2021-03-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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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 중고등학교 졸업앨범 판매합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유명 연예인의 졸업앨범입니다.

'△△중학교 97년생 졸업앨범 구합니다. 연락요망'이라며 학교 이름과 졸업 연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앨범을 찾는 이도 있는데요.

학창 시절 추억의 물건인 줄만 알았던 졸업앨범이 이제 사고 팔리는 '상품'이 된 겁니다.

사진과 이름은 기본, 불과 얼마 전까지는 주소나 전화번호도 담겨있다 보니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

교사노조에 따르면 앨범에 실린 사진을 본 학부모가 자녀의 은사를 스토킹하거나 제자를 사칭한 보험 판매, 보이스피싱까지 등장했는데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현직 교사 사진을 합성한 성 착취물들이 '여교사방'을 통해 공유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걱정은 더 커졌습니다.

작년 4월 서울교사노조가 전국 교사 8천1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졸업앨범 관련 설문조사에서 70.6%가 '본인의 사진 자료가 범죄에 악용될까 봐 불안하다'고 응답하기도 했죠.

소위 '얼평'(얼굴평가), '신상털이' 등 교사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합니다.

홍정윤 경기교사노조 사무총장은 "학기 초 담임 교사가 정해지면 졸업앨범에 나온 사진이 맘카페 같은 데 돌아다닌다"며 "젊고 예쁜 선생님이다, 나이 든 선생님은 담임 안 했으면 좋겠다 등 이야기가 오고 가 이를 전해 들은 교사가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학생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

따돌림을 피해서 학교를 옮긴 피해자의 졸업사진을 SNS 등을 통해 전학 간 학교에 전송하는 등 학교폭력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나도 모르는 새 개인정보가 새어나가고 나쁜 쪽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에 본인의 사진을 넣고 싶지 않다는 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부산교사노조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사의 91.6%가 자신의 사진이 졸업앨범에 실리는 걸 원치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죠.

졸업앨범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엄연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 견해인데요.

법무법인 강호 장진영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주소와 전화번호, 생년월일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로 보고 있다"라고 짚었습니다.

졸업앨범 사진을 악의적으로 도용하거나 합성, 무단유포하는 행위는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 등으로 관련법에 따라 처벌됩니다.

영리 목적 등 원래 의도와 다르게 활용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요.

단순히 개인 소장용이라면 내 졸업사진이 생판 남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을 맡은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 주체가 사진을 찍을 때 앨범으로 제작, 배포된다는 것을 전제로 동의한 것이기 때문에 앨범이 시중에 돌아다닌다고 해서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졸업앨범 거래로 논란이 된 사이트에서도 이를 개인정보로 규정, 특별히 주의를 두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는데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측은 "이번 사안을 인지한 즉시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일각에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졸업앨범 관행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실제로 졸업앨범을 반별로 제작하거나 교사 사진을 아예 넣지 않는 등 일선 학교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예외 없이 사진을 찍는 분위기였지만, 이제 사전 동의를 받는 등 본인 의사를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는데요.

홍정윤 사무총장은 "한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요청으로 졸업앨범에서 교사 사진이 빠졌는데 학부모의 항의성 민원이 들어왔다"며 "교사, 학생 모두 본인이 싫으면 안 찍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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