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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시간 01:31 [이슈 컷] 예전보다 좋아졌다더니…쏟아지는 폭로가 군대문화 바꿀까?

[이슈 컷] 예전보다 좋아졌다더니…쏟아지는 폭로가 군대문화 바꿀까?

송고시간2021-05-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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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 3월 대구의 한 육군 부대에서 생일을 맞이한 병사 앞에 빵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제보자는 "간부님이 '케이크 줘봤자 어차피 남기니까 안 준거다'라고 했다"고 털어놨는데요.

장병에게 책정된 예산이 똑바로 쓰이지 않은 것도 모자라 윗선이 덮고 넘어가려 했다는 주장에 누리꾼들은 공분했죠.

국방부는 "해당 부대 생일자 케이크 수급 계약이 지연돼 빚어진 일로 추후 소급해 줄 계획"이라고 수습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후유증을 앓고 있는데도 병원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방역을 이유로 훈련병의 샤워와 화장실 이용을 제한했다는 고발도 꼬리를 물었는데요.

작년 7월 일과 후 장병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되면서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 군대 내 부조리를 폭로하는 이른바 '군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데다 쉽고 빠른 공론화가 가능하다 보니 최적의 소통창구로 급부상한 건데요.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운영자 김주원 씨는 "작년 2월 코로나 격리 장병 부실급식 게시물이 이슈된 이후 제보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예전과 비교해 당국의 사과와 대책 마련이 한층 신속해졌는데요.

지난달 육군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 격리 장병이 식판 '인증샷'을 올린 지 열흘 만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죠.

또 하루 8천500원꼴인 기본급식비를 내년부터 1만5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육군은 지난 2일 자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 자신들 입장을 게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죠.

이 같은 군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론이 나빠지니까 급하게 마련한 보여주기식 소통'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오는데요.

군 장병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1년 육군훈련소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뇌수막염으로 숨진 노우빈 훈련병 사건 이후 정부는 장병 감염병 예방접종을 뇌수막염 포함 4종으로 확대하고 민간병원 이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의료체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꼭 1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예산 증액해도 소용없다', '중간에서 빼먹는 도둑을 잡아야 한다' 등 댓글이 부정 일색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국방헬프콜 등 신고·상담 채널이 있는데도 '군투' 형식 폭로가 빗발치는 배경에는 군 지휘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습니다.

'군대판 고발앱'을 만들겠다는 국방부 방침을 두고 앱 이름을 '눈 가리고 아웅'으로 지어야 한다는 조롱까지 나왔는데요.

실제로 군 간부가 경기 중 사병을 폭행하고도 신고를 막으려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군 관계자가 '육대전' 운영자를 만나 부실급식 제보자 색출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불거졌죠.

국방부는 "명확한 위치가 나오지 않아 어느 부대인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소원 수리가 상부로 전달되지 않거나 신원이 공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입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신고나 제보가 유출되면 안 된다는 인식에 따라 내부적으로 처리하려다 보니 대책이 미봉책에 그친다"고 꼬집었는데요.

일각에선 이 같은 '폭로 릴레이'가 자체 해결할 문제까지 밖으로 알려 군 기강과 사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정재극 연성대 군사학과 교수는 "적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며 "모든 사안을 공론화해 군 조직을 흔드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군투'를 군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병영문화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근본 원인을 찾기보다 빠른 대처에만 치중, 땜질식 처방이 계속됐다는 건데요.

이번에도 야전부대 지휘관이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한 국방정책을 탓하는가 하면 격리 장병 선호메뉴를 20g 증량한다는 웃지 못할 대책이 발표되기도 했죠.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간부가 얼마나 신경썼느냐에 따라 급식 질에 차이가 나는 것은 시스템 미비로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구조, 운용 등이 잘못된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장병 주장이 앞뒤 맥락 없이 밖으로 나가면, 일선 지휘관은 병력 관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군 수뇌부는 이들의 고충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군 내부 자정작용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외부 감시·견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2014년 '윤 일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 내 군 인권보호관 신설이 추진됐지만, 현실화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고 있지 않습니다.

김형남 사무국장은 "시민단체 등과 소통하며 의견을 반영하는 민·군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정책 감시 의무가 있는 국방위원회도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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