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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시간 01:43 [뉴스피처] 우리 싸움은 현재진행형…남은 자들의 추모는 시작됐다

[뉴스피처] 우리 싸움은 현재진행형…남은 자들의 추모는 시작됐다

송고시간2021-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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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 3월 영국 런던의 템스 강변에 조금 특별한 '벽'이 생겨났습니다.

영국의회와 빅벤 등 런던 명소 근처에 위치한 길이 약 500m, 높이 2m가량의 이 벽에는 시민들이 직접 와서 그린 빨간색 하트 그림이 가득한데요.

약 15만 개에 달하는 하트 그림은 코로나19로 사망한 팬데믹 희생자 수를 의미합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벽이 조성 중이던 지난 4월 초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14만9천여 명(6월 기준 15만2천여 명)에 달했고 이는 유럽 국가 중 가장 큰 규모였죠.

코로나19 사망자의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기부와 직접 참여를 통해 완성됐습니다.

코로나19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영국인들은 이 벽에 빨간 하트를 그려 넣고 사망자들에게 보내는 추모 메시지를 적어 넣었죠.

보리스 존슨 총리와 다수 영국 정치인들도 이곳을 찾아 추모에 동참했으며, 추모의 벽을 영구 보존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는데요.

그동안 런던의 또 다른 명소에도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장소가 만들어졌습니다

지난달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 한켠에 등장한 '코로나19 추모 정원'이 바로 그것인데요.

미국 CNN에 따르면 이 공간은 현지 예술가들이 재생 자재로 만든 구조물과 33그루의 꽃나무로 꾸며졌습니다.

역사학자 안드레아 에메라이프에 따르면 이 정원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보건 위기를 기록한 몇 안 되는 추모공간 중 하나입니다.

1918년 스페인독감 사태로 전세계에서 최소 5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공간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스페인독감보다 적은 희생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은 지구상 곳곳에 기념조형물 등으로 기록돼 있죠.

에메라이프는 "사람들은 자연재해나 (전염병처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일보다 전쟁과 같은 인재를 더 쉽게 기념한다"고 설명합니다.

'전쟁기념관'처럼 역사적으로 기념관은 어떤 사태가 종료됐을 때 만들어지곤 했는데, 코로나19 관련 추모 공간들은 아직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죠.

코로나19가 끈질기게 확산 중인 시기에 그동안 쉽게 기록되지 않았던 보건 위기를 기념하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폴 파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디자인학과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추모공간의 의미 중 하나가 '변화에 대한 요구'라고 말합니다.

코로나19 추모공간이 팬데믹 기간에 선명하게 드러난 불평등 문제 등을 기억하게 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투쟁을 상징한다는 겁니다.

또한 팬데믹 사태의 희생자와 생존자 사이를 연결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누구든 들러 코로나19 사망자들을 기억하고 아픔을 달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전문가는 특히 '코로나19 추모정원'처럼 자연 속에 지어진 추모공간이 사람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힐링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죠.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를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다수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나를 기억해주세요'(Remember me)란 웹사이트가 만들어져 코로나19 희생자들의 이름과 사진 등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까지 9천400여 명의 희생자 정보가 올라온 이 '온라인 추모록'은 런던의 대표 명소인 세인트폴 대성당 내부에 보관될 예정입니다.

세인트폴 대성당에 코로나19 추모관을 만들기 위한 기금 모금은 시작 한 달도 안 돼 230만 파운드(36억여 원)의 목표액을 달성했으며 존슨 총리도 이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죠.

지난 3월에는 미국에서 다수 시민단체가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발생 1주년을 '코로나19 메모리얼 데이'로 이름 붙이고 온·오프라인에서 추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4월 미국 메인주 의회에는 코로나19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관을 만들자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죠.

여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와 인류의 긴 싸움. 희생자를 기억하고 살아남은 사람을 위로하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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