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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시간 02:29 [이슈 컷] 18만대 이상 팔렸다는데…무조건 퇴출이 답일까?

[이슈 컷] 18만대 이상 팔렸다는데…무조건 퇴출이 답일까?

송고시간2021-09-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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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밥을 차려 먹거나 배달 음식 주문이 잦아지면서 덩달아 늘어난 음식물 쓰레기.

이러한 고민을 덜기 위해 음식물 처리기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중 주방 싱크대에 부착, 남은 음식물을 갈아서 바로 하수구로 버리는 주방용 오물분쇄기(디스포저)가 단연 인기인데요.

작년까지 누적 판매량 18만대 중 약 13만대가 최근 2년간 팔려나갔을 정도죠.

그런데 이 상품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상황에 놓였다는 소식에 일부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하수도법 일부 개정안'은 특정 목적 외에는 디스포저를 제조·판매·사용할 수 없도록 하되 기존에 설치한 가정은 제품 내구연한(5년 내외)까지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음식물 찌꺼기를 제대로 거르지 않고 내보내면서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인데요.

현행 하수도법은 찌꺼기 중 20% 미만만 하수도로 배출하고 나머지 80%를 회수기를 통해 따로 수거하는 인증 제품만 허용했지만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각종 불법 행위가 만연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회수기 또는 회수기 내부 거름망을 없애거나 해외에서 미인증 제품을 들여오는 방식이 대표적인데요.

2018∼2020년 디스포저 제조판매사 4곳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이 불법 제품 5만여 대를 적발하기도 했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 약 98%가 찌꺼기를 회수하지 않았다고 답하는 등 오사용이 빈번하고, 하수관이 막혀 악취 유발·오수 역류 같은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환경부 설명입니다.

환경 당국과 환경 단체는 이번 개정안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오수와 빗물이 같은 관으로 흐르는 합류식 하수관거에서는 우천 시 고농도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등 수질 악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인데요.

환경단체 관계자는 "찌꺼기 뒤처리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길이 없고 미생물액상발효방식으로 이를 처리해도 대부분 물에 섞여 들어간다"고 꼬집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디스포저 이용자는 쓰레기 감축 노력을 덜 하게 된다"며 추가 비용 부담이 없어 '오염 원인자 책임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절수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음식물쓰레기를 전용 투입구에 넣는 자동이송 시스템을 구축해야지 하수도로 흘러가면 오염이 심각해진다"고 짚었습니다.

반면 관련 업계는 대다수가 규정을 준수해왔다며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반박에 나설 채비입니다.

음주운전을 막겠다고 자동차 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식의 처사라는 비판인데요.

당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용역을 진행했고, 유사 업종으로 전환하라는 대안도 비상식적이라며 원점에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주방용음식물분쇄기협회 관계자는 "디스포저만으로 하수처리장 부하가 급증할 수 없는데도 환경 오염 주범이란 누명을 씌웠다"며 "답을 정해놓고 밀어붙일 게 아니라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기관이 주도하고 우리도 함께 참여해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시진 경기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하수관거가 합류식이거나 분류식이라도 오접합된 곳을 빼고 완벽하게 정비된 지역에서 가정은 매뉴얼을 철저히 지키고 협회가 자정작용을 약속하면 조건부 허가도 무리 없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수조사를 통해 디스포저 관련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를 토대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 분석해야만 개정안 취지를 살리고 업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수십 년째 전면 금지, 일부 허용 등 제도 변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지역별 차등 허용 논의와 함께 시범 사업도 실시했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죠.

국회 환노위 전문위원도 "대부분 불법 제품이 말썽인데 이를 해결하려고 가장 높은 수준 규제를 선택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박희경 카이스트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수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시설 개보수 등 대안을 내놔야지 흑백논리로 접근하면 싸움만 난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우선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힌 뒤 업체는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정부가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등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측은 전체가 분류식 하수관거인 지역은 드문데다 특정 대상만 허가하면 형평성 논란이 생기고 관리도 어렵다는 입장인데요.

미국, 일본은 보조 시설을 갖췄거나 배출수 수질기준을 충족하는 등 제한된 범위 내 디스포저 사용을 승인하기도 하는 만큼 무조건 막기보다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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